‘어벤져스’ 통제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일요일에 출근하는 일이 잦은 직업 특성 때문에 매월 셋째 주 일요일 서울 광화문 앞 세종대로를 통제하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니다. 이날만 되면 안국동에서 광화문 네거리 방향으로 좌회전을 할 수 없다. 그래도 세종대로를 가득 메운 사람들이 휴일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불평할 처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2’가 이번 일요일부터 2주간 서울에서 촬영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더니 이내 시민 불편을 지적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어떤 한국 영화가 달리는 지하철 내에서 촬영을 승낙받았다가 갑자기 취소됐다고 해서 역차별을 말하기도 한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개봉했다 하면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다. 미국이 공격당하고 위협받다가 온갖 초능력자들이 적을 무찌르고 미국을 지킨다는, 아무런 철학도 예술미도 없는 심심풀이 영화다. 이런 영화를 연달아 만들다 보면 배경으로 삼을 색다른 장소가 필요한데, 이번에 서울을 택한 모양이다. 이것을 두고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현장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무슨 대단한 국사(國事)라도 벌어진 양하는 것도 시시한 꼴이다. 정작 할리우드에서는 달랑 변호사 한 명 왔을 뿐인데 말이다.

두 시간짜리 ‘어벤져스 2’에 서울 장면이 20분 정도 될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우리가 기대하는 것일 뿐 누구도 확답할 수 없다. 영화라는 예술작품의 특성상 개봉하는 날까지 확실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할리우드 쪽에서 우리를 설득하느라 “그렇게 될 것으로 희망한다”쯤으로 얘기했을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6·25전쟁을 소재로 1억달러를 들여 찍겠다던 ‘혹한(酷寒)의 17일’이란 영화는 2010년 5월 프로듀서가 한국을 방문해 문체부 장관을 만나고 강원도 로케이션 촬영지까지 돌아본 뒤에 “2011년 봄부터 촬영을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그 후 아무런 소식도 없다. 영화를 찍겠다는 것과 영화를 개봉하는 것은 밥과 국수만큼 다른 얘기다.

어벤져스를 한국에서 촬영하면 2조원의 경제 효과가 있고 관광객 62만명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도대체 그런 계산은 누가 어떤 식으로 하는 건지도 궁금하지만, 그런 식으로 마포대교와 강남대로를 통제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도 시원치 않다. 결국 돈이 되니까 불편을 감수하라는 말이잖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벤져스’가 한국에 와서 도로를 점거하고 영화를 찍겠다는 것을 반대할 논리도 옹색하다. 매월 셋째 주 일요일 세종대로를 통제하지 말라고 그 앞에서 1인 시위를 해봐야 대부분의 사람은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 어벤져스 촬영 통제도 그와 크게 다를 게 없다.

할리우드의 주적(主敵)은 이미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바뀌었다. 이국적인 도시 풍경을 줄곧 도쿄에서 찍어온 그들이 서울을 찾아온 것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파괴할 만한 건물과 풍경이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수많은 ‘어벤져스’가 한국을 찾아올 것이다. 이제 원효대교로 돌아가거나 지하철을 타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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